믿음의 유산이 부른다… 기독 박물관 어디까지 가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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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유산이 부른다… 기독 박물관 어디까지 가봤니

송지혜 0 540
그래픽=이영은, 게티이미지뱅크


본격적인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나들이·여행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 국민일보는 가족과 친구, 교회 공동체 등이 함께 둘러볼 만한 전국의 기독교 박물관 및 역사관 20곳을 엄선했다. 코로나19로 나태해진 신앙인이라면 믿음의 선진들이 남긴 유산들을 직접 보고 듣고 감상하면서 믿음의 깊이를 더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에 기독 박물관 50여곳


이달 초 기준으로 전국에 분포한 기독교 박물관은 50여곳이다. 서울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140여년의 한국 기독교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사료들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

인천에 있는 국제성서박물관은 전 세계의 다양한 성경책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경남 지역에선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순교자로 꼽히는 손양원·주기철 목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전남 고흥 소록도와 여수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한센병 환자를 치유하고 돌본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은 유물 10만여점을 자랑한다. 기독교 박물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은 1948년 문을 연 서울의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이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박물관은 지난 3월 개관한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이다.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의 ‘강화부흥회기록’.


지난 8일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에서 만난 최훈철(양진감리교회) 목사는 전시실에 있는 ‘강화부흥회기록’ 책자를 가리키며 “외세 침입에 시달리던 강화도에서 부흥회를 열었다는 건 정말이지 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대몽 항쟁부터 강화도 조약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이 곳에 복음을 품은 그리스도인들의 발자취를 모아 놓았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와 닿는다.

누렇게 갈라진 공도문(공동기도문) 책자와 한글 세로쓰기로 단정하게 작성된 ‘추수감사절서신’도 남아 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함께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건 뜻깊은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주기철·손양원 목사 순례코스 ‘강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있는 ‘국제성서박물관’은 1995년 개관했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박물관에서는 중세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서를 볼 수 있었다. 전 세계에 200여권만 남아있는 킹제임스 성경(KJV·1611년) 초판본도 그 중 하나다. ‘식초 성경’으로 불리는 1717년 옥스퍼드 판형은 전 세계에 20권도 남아 있지 않는 희귀본이다. 누가복음 20장의 포도원 비유에서 ‘포도원’(vineyard)를 ‘식초’(vineger)로 잘못 표기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엔 정확한 성경의 보급을 위해 잘못 인쇄된 성경은 모조리 태워 버렸다고 한다.
 

군산아펜젤러순교기념관의 1890년판 누가복음.


임미영 학예연구실장은 “성경이 기존에 갖고 있던 딱딱한 이미지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다”면서 “다양한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활용해 어린이 방문객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함안에는 한국 기독교의 상징적인 인물인 ‘주기철 목사 기념관’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신사참배에 저항하다 순교한 주 목사의 일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주 목사의 유품과 일대기, 항일 운동의 역사가 잘 정리돼 있다.

주 목사의 출생지인 경남 창원시에서 개발한 ‘주기철 목사 성지순례길 탐방코스’는 기독교인에게 ‘강추’하는 프로그램이다. 주기철 목사 기념관에서 시작해 손양원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총 8곳의 교회와 기독교 유적지를 방문한다. 약 62.5㎞ 여정으로 차량으로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경남 함안에는 ‘손양원 기념관’이 있다. 손 목사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원수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은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손 목사의 생가와 유품이 남아 있는 이 기념관은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2018)을 수상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함안군청은 종교문화여행의 일환으로 오는 8월 20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치유순례 프로그램 3·3·4(세상을 보듬은 세가지 사랑)’을 진행한다. 사촌교회, 손양원 기념관, 이태준 기념관에서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영월종교미술박물관의 조각화.


이밖에 전북 군산에 들어선 ‘한글성경 전시관(아펜젤러선교기념관)’은 1882년부터 1998년까지 한글로 번역된 성경 2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성경 이야기를 주제로 조각작품을 전시한 영월종교미술박물관(강원도 영월)과 한국 최초의 스테인드글라스 화가 이남규의 작품이 있는 공주기독교박물관(충남 공주), 근현대 한국교회사를 아우르는 새문안교회 역사관(서울 종로구)도 둘러볼 만하다.
 

영월종교미술박물관에 전시된 청동 조각화.


경기도 이천의 한국기독역사박물관에는 ‘언더우드 타자기’가 전시돼 있다. 실제로 언더우드 선교사의 형 존 언더우드는 타자기 회사를 운영하면서 물심 양면으로 동생의 선교를 후원했다.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의 ‘언더우드 타자기’.


알아두면 유용한 관람 팁


어린 자녀나 교회학교 학생들과 함께 관람한다면 역사와 신앙교육 차원에서 몇 가지 관람 팁을 숙지하자.

박물관 방문 전에는 해설사의 안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대개 박물관은 최소 일주일 전 사전 예약을 통해 전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리 홈페이지로 관련 정보를 알아본 뒤 예약 신청할 것을 권한다. 또는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전시해설 앱을 다운받는 방법도 있다.

해설 서비스를 예약했다면 관람할 유물을 비롯해 박물관 스토리에 대한 사전 공부가 필수다.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읽어도 되고 인터넷 검색을 활용해도 된다. 국제성서박물관 임미영 목사는 “(관람객들이) 박물관 관람을 통해 성경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긴 문화를 알아갔으면 좋겠다”며 “세계사 속 성경의 흐름을 파악하고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안에서는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까. 새문안교회역사관 김광혁(53) 해설사는 “궁금한 점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해설사에게 질문하라”며 “관람하는 동안 바로 앞 해설사와 궁금증을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와 교회사가 크리스천에게 중요한 이유는 뭘까.

김 해설사는 “요즘 많은 성도들이 성경은 열심히 읽지만, 교회사는 잘 모른다”면서 “기독교 위상이 많이 떨어진 작금의 시대 속에서 신앙의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모색한다면 다시 존경받는 기독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박물관 및 기념관은 교육·강연이나 특별전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시로 진행한다. 홈페이지 또는 전화 문의를 통해 보다 더 유용하고 재미있는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자, 이제 떠나보자.

글=서은정 유경진 박이삭 인턴기자, 사진=각 박물관 제공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49550&code=23111311&sid1=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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